시너지를 생각해라.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객체지향과 실세계의 관계
객체지향은 실세계의 투영이자 직접적으로 모델링하는 패러다임일까?
'실세계의 모방' 이라는 개념은 객체지향의 기반을 이루는 철학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유연하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객체지향 분석, 설계를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객체에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실세계의 사물을 발견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 객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객체와 사물 간의 개념적 거리는 유사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먼 것이 일반적이다.
방화벽이 화재의 확산이 아니라 네트워크 침입을 막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가?
객체지향은 실세계를 모델링하는 것이 아닌, 실세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객체지향이 실세계의 모방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는 것인가?
그것은 '자율성'과 '캡슐화'의 관점에서 객체는 생명체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세지'를 통해 '협력'하는 구조도 실세계와 유사하다.
즉, 객체지향을 설명하기에 현실세계만큼 적합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객체지향적 개념들도 실세계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역할, 책임, 협력
실세계에서 역할, 책임, 협력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카페를 생각해보자.
손님, 캐셔, 바리스타. 세 종류의 역할이 존재한다.
각 역할은 책임을 내포한다. 손님은 구매할 책임, 캐셔는 주문을 받을 책임, 바리스타는 커피를 제조할 책임.
또한 손님, 캐셔, 바리스타는 협력 관계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역할, 책임, 협력이 조화를 이루며 커피를 주문하고 제조하는 과정이 만들어진다.
이는 카페 뿐만이 아니다. 역할, 책임, 협력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객체지향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세 가지도 역할, 책임, 협력이다.
협력이란
일상속의 발생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경우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개인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버거울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하나 사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 대한 요청을 유발한다. 그리고 요청은 또 다른 요청을 유발하며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요청을 받은 사람은 주어진 책임을 다하면서 다른 사람의 요청에 응답한다.
응답 역시 요청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연쇄적으로 전달된다.
요청과 응답을 통해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역할과 책임이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특별한 역할(role)을 부여받는다.
카페에서는 '손님', '캐시어', '바리스타' 등의 역할이 존재할 수 있다.
역할은 어떤 협력에 참여하는 특정한 사람이 협력 안에서 차지하는 책임이나 의무를 의미한다.
역할은 의미적으로 책임이라는 개념을 내포한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가르칠 책임, 학생은 수업을 들을 책임 등..
즉, 특정한 역할은 특정한 책임을 암시한다.
협력을 위해 특정한 역할을 맡고 역할에 적합한 책임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몇가지 중요한 개념을 암시한다.
- 여러 사람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역할은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인지 관계없다.
-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객체지향에서의 역할, 책임, 협력
'어떤 객체도 섬이 아니다' - 켄트 벡, 워드 커닝험
실세계에서 알아본 역할, 책임, 협력의 개념을 객체지향으로 그대로 옮길 수 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객체지향을 설명하기 위해 실세계의 모방이라는 은유를 차용하는 이유다.
객체지향도 실세계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문제를 협력을 통해 해결한다.
협력의 핵심은 특정한 책임을 수행하는 역할들 간의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
목표는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되고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역할을 가진 사람에 의해 수행된다.
따라서 객체지향 설계에서 적절한 객체에게 적절한 책임을 분류하는 일은 가장 중요하다. 이는 설계의 품질을 결정짓는다.
역할은 책임의 집합이다. 역할은 중요하다.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설계 요소이며, 대체 가능한 역할과 책임은 다형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협력 속에 사는 객체
실세계에서 협력의 주체가 인간인것처럼, 객체지향에서 협력에 참여하는 주체는 객체다.
협력의 품질을 결정짓는 것은 객체의 품질이다.
이런 협력 공동체로서의 객체는 두 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두 덕목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1. 객체는 충분히 '협력적'이어야 한다.
객체는 다른 객체의 요청에 충실히 귀를 기울이고, 다른 객체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의 도움을 무시한 채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하려고 하는 전지전능한 객체(god object)는 내부적인 복잡도에 의해 자멸한다.
2. 객체는 충분히 '자율적'이어야 한다.
다른 객체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에 응답할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지는 객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심지어는 요청에 응할지 여부도 객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자율적인 객체
흔히 객체를 상태와 행동을 지닌 실체라고 정의한다.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는 제조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교사는 수업 내용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자율적인 객체라면 필요한 행동과 상태를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객체의 자율성은 외부와 내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객체의 사적인 부분은 자신이 관리하며, 외부에서는 접근이 허락된 수단을 통해서만 의사소통한다.
다른 객체가 무엇을 수행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어떻게 수행하는지는 알 수 없어야 한다.
이런 객체와 객체 사이에서 주고받아지는 것을 '메세지'라고 한다.
객체는 협력을 위해 메세지를 수신/전송한다.
메세지를 수신받은 객체는(자율적인 객체라면) 메세지를 이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미리 정해진 자신만의 방법에 따라 메세지를 처리한다.
이처럼 객체가 수신된 메세지를 처리하는 방법을 메소드라고 부른다.
즉, 메세지를 통해 런타임에 객체가 수행할 메소드가 결정된다.
메세지와 메소드의 분리는 중요하다. 이는 객체들의 자율성을 증진시킨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들어라'라는 메세지가 수신되면 커피 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제조할 수도 있지만,
커피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는 캡슐화와도 상통하는 내용이다.
객체지향의 본질
객체지향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객체지향이란 시스템을 상호작용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로 바라보고 객체를 이용해 시스템을 분할하는 방법이다.
- 자율적인 객체란 상태와 행위를 함께 지니며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는 객체를 의미한다.
- 객체는 시스템의 행위를 구현하기 위해 다른 객체와 협력한다. 각 객체는 협력 내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며, 역할은 관련된 책임의 집합이다.
- 객체는 다른 객체와 협력하기 위해 메세지를 전송하고, 메세지를 수신한 객체는 메세지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메서드를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객체지향은 클래스 지향이 아니다.
역할, 책임, 협력에 집중하라. 중요한 것은 클래스들의 정적인 관계가 아니라 메세지를 주고받는 객체들의 동적인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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